기다리면 첫째 아기 튼튼이가 태어났어요.
원래 예정일이 5월 19일이였는데 딱 그 날짜에 올 줄이야...
(계획적인게 무섭도록 엄마 닮은듯...)
아침부터 아내에게 진통인지 뭔지 모를 것이 오는 거 같다고 연락이 와서
혹시 진통일지 모르니 진통 어플로 체크해보라고 얘기하고
특별할 것 없는 일과를 치를고 있었는데...
점심 쯤에 다시 연락 온 것이 아침 9시부터 진통이 계속와서 진통 어플로 체크하고 있는데
주기가 30분에서 점점 짧아지고 있다고... 아기 둘 낳은 친구한테 체크한거 보여주니
그거 진통이 맞다고 했다며 어쩌면 병원에 가야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담담하게 얘기를 하는 아내를 보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진통 주기가 다시 30분 정도로 길어졌으니 퇴근할 때까지는
애기 안나올거 같다고 넘 걱정말고 일 다하고 오라고 해서
걱정 반 안심 반하면서 6시 칼퇴를 했는데 오늘 따라 차가 왜 그렇게 막히는지..
(다음날이 부처님 오신 날, 빨간날 이라 금요일 처럼 차가 막혔음 ㅠㅠ)
겨우겨우 집에 도착했더니 이게 왠 걸.. 이미 아내는 땀 범벅에 진통이 오면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아파하고 있어서 병원에 가자고 했더니 아직은 참을만 하다며
나한테 밥 먹으라고 ㅠㅠ
난 또 눈치도 없이 저녁으로 먹을려고 배달 시켜놓은 서브웨이를 한개 먹고...
빨래 널고.. 택배 온거 정리하고... 그렇게 시간은 벌써 저녁 8시 30분을 지나
저녁 9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저녁 9시가 살짝 지나니깐 갑자기 아내가 "여보 이제 병원에 가봐야 할 거 같아.. 가연관악산부인과 분만실에 전화 해봐요.."라고 말해서 얼른 전화를 걸어서 상황을 애기하니 방문하라고 해서 부랴부랴 챙겨놓은 출산 가방 차에 실고 병원으로 출발...
병원 도착해서 6층 분만실로 올라가니 일단 일반 병실로 가서 아기 심박수와 진통 주기를 체크하는 장비 세팅하고 모니터링 들어갔는데 뭔지는 잘모르겠지만 대충 화면 제일 아래쪽에 파란색으로 UC 라고 적힌게 진통 강도와 진통 주기를 표기하는 듯했고 아내는 진통이 왔을때 수치가 60~100을 찍고 있었으며 주기는 대략 5분 정도? 였음.
잠시 후 담당 주치의이신 이희 원장님이 들어오셔서 내진을 하셨는데 자궁문이 벌써 5cm 열렸다고 어떻게 참았냐고 얼렁 분만 준비하자고 하셨음.
(사실 이희 원장님이 오늘 당직이 아니셔서 못 볼 줄 알았는데 그 밤에 보게되니 너무 반갑고 감사했어요 ㅠㅠ)
그렇게 갑자기 분만 모드로 전환하면서 가족 분만실로 이동하게 되었고
지금 아니면 무통 주사도 못 맞는다고 해서 무통 주사 신청해서 맞았음.
무통 주사도 끝물에 맞아서 진통이 완전히 안느껴지는 건 아니고 최고 아픈게 100이라면 한 7~80정도로 통증이 온다고 아내가 얘기했었음...
그렇게 병원 도착한지 한 1시간 정도 지났을까? 힘주기 연습 + 시도가 시작되었고..
사실상 전날부터 잠을 못자서 이틀째 날밤샘 + 아침부터 진통와서 밥도 제대로 못먹어서 하루종일 두유 1개 바나나 1개 겨우 먹은 탓에 힘주기가 오래 걸려서 힘주기 1시간 40분만에
겨우겨우 튼튼이를 순산했어요.. (장하다 울 마누라 ㅠㅠ, 고생했다 내새끼 ㅠㅠ)
애기를 그렇게 기다렸고 이 순간을 많이도 상상해왔지만 정말 오늘 본 이 광경과 느낌은...
놀라움과 미안함...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정말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의 연속이였습니다..
특히 밤 9시가 지난 야간 시간에도 마취과 선생님, 조산사 간호선생님, 병동 간호선생님, 그리고 이희 원장님까지 모두 잘 챙겨주시고 뭔가 따-다-딱, 파-팟, 순서대로 착착 진행하시는데 그 틈에도 옆에서 멀뚱멀뚱 서있던 저한테까지 세세히 설명해 주시고 제가 해야할 일, 산모인 아내가 해야할 일을 너무 친절하게 알려주면서 이끌어 주시니 마음이 너무 편안했습니다.
(아.. 아내 걱정을 안했다는 소리는 아니구요...)
초산이고 자연분만이라 뭐가 뭔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 조용조용 친절한 분위기 속에서 분만이 진행되어 출산이란 겁나는 순간을 잘 이겨낼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지금 옆에서 밀린 잠을 자고 있는 아내도 함께 해준 의료진 분들이 아니였으면 중간에 자연분만을 포기할 뻔 했다며 얘기를 많이 하더라구요.
둘째가 생길지 어쩔지 모르겠지만 이번 첫 아이 출산에서 받은 친절과 배려의 마음은
평생 잊지 못할 듯 합니다.
가연관악산부인과 의료진 여러분 감사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가연관악산부인과, #출산후기, #튼튼이출산, #0점짜리아빠후기, #나도이제아빠
댓글 쓰기